불라뜨 아꾸자바(조주관 옮김)
첫사랑은 가슴을 태우나
두 번째 사랑은 첫사랑을 쫒는다.
그러나 세 번째 사랑은 자물통 속에 떨고 있는 열쇠요
자물통 속에 떨고 있는 열쇠요 손에 든 가방이다.
첫 전쟁은 누구의 죄도 아니나
두 번째 전쟁은 누군가의 죄다.
그러나 세 번째 전쟁은 내 죄요
내 죄라고 누구나 말하지.
첫 기만은 동틀 무렵의 안개이나
두 번째 기만은 휘청거리는 술꾼이다.
그러나 세 번째 기만은 밤보다 어둡고
밤보다 어둡고, 전쟁보다도 무섭다.
…..
아꾸자바는 20세기 후반에 활동한, ‘노래시’라는 장르를 새로 만든 러시아 시인. 위의 시에 따르면, 가슴만을 태운 첫 사랑을 지나 사랑이 세 번째까지 가게 되면, 그 사랑은 가방 속에 든 열쇠에 지나지 않게 된다. 세 번째 전쟁을 막지 못하면 그 전쟁의 죄는 내 죄가 된다. 기만이 세 번째까지 간다면, 그것은 전쟁보다 무섭고 밤보다 더 어두운 무엇이 된다고. 뭐든지 세 번째까지 가도록 허용하지 말자는 뜻일까.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