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은 ‘둘(2)이 하나(1)가 되는 날’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부부의 날이다. 2003년 한 민간 단체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후 2007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가정의 달 한가운데 자리한 이 날은 ‘부부가 화목해야 가정이 건강하고,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당시 높은 이혼율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부부의 날’을 만들어 가족이라는 의미를 되새기려 했다.
하지만 20여 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부부의 날’을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저출산 및 비혼 추세가 나날이 심각해지면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21(2023년 기준, 가임여성 1명당 출생아 수·통계청)에 출생아 수는 23만28명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출산율인 0.778에 비해 0.057 줄어든 수치이며,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또 혼인 건수 역시 22만2412건(2024년 기준)을 보였고, 조혼인율(천 명당 혼인 건수)이 4.4를 기록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예전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결혼을 성인이 되는 필수 단계이자 일종의 의무로 여겨왔으나, 시대는 달라지면서 독신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동거나 비혼 출산 등 다양한 삶의 방식이 점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실제로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초혼 나이도 높아지고 이혼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또한, 힘든 경제로 인해 ‘저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기에 결혼을 포기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국가도 가장 큰 위기로 보고 혼인율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들은 앞다퉈 혼인율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결혼 3년 첫 아이 3년, 둘째 아이 3년 등 총 9년간 주거비를 지원하는 주택을 매년 10만 호씩 공급하는 ‘3·3·3 청년주택’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역시 10대 공약 중 저출생·고령화 해소를 위한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포함했다.
그러나 국가 정책만으로 굳게 닫힌 청년의 마음의 문이 쉽게 열릴 수 있을까. 잔뜩 움츠려든 고양이처럼 곁눈질로 옆을 볼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다가올 삶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해소는 어렵지 않을까.
결국 이러한 두려움을 탈피하기 위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결혼하면 힘들게 살게 돼”, “아이 놓으면 나의 삶이 없어진다는데 무서워”라는 현실에 대한 조언보다는 “결혼하길 너무 잘했어.”, “결혼 후 둘이 하나가 됐는데, 이제는 셋이 됐어요”라는 행복함을 전할 수 있다면 조금씩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이런 생각의 전달을 할 수 있는 매개체가 ‘부부의 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순 가족해체 예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날을 넘어 서로를 위해주고 보듬어 주며, 미래를 함께 그릴 수 있는 날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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