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나
울고 있으면 따뜻해진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 흐린 발소리로 나를 다녀간다
불의 검은 뼈를 뽑아
나의 영혼을 꺾어 버렸다
심야버스가 지나간다
상처가 보였다
뒤돌아보면
처음이란
언제나 캄캄하다
꽃이 피면 나는 꽃을 보내지 않겠다
이것은 결심에 가깝다
단순한 것을
첫눈이라 부르게 되었다
…
대개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깊은 통증을 가져온다. 울어야 따뜻해질 수 있는 기억. 첫사랑은 “불의 검은 뼈”가 뽑혀나가는, “나의 영혼을 꺾어 버”린 사건이기 때문. 삶에서 처음 경험하게 되는 사랑의 상처. 그 기억은 “언제나 캄캄”한 어둠에 둘러싸여 있다. 하여 시인은 꽃이 피더라도 첫사랑에 꽃을 보내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다만 첫사랑에는 어떤 아름다움이 있다. 밤에 내리는 첫눈이 보여주는 단순함과 같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