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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등록일 2025-05-13 18:10 게재일 2025-05-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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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관

내가 모 심는 이 땅은

 

한때 오야까마의 땅이었고

천 년 전에는 하천이었을 것이나

신라의 포구였다가

고구려의 것이 되고

오래 백제의 것이었을 텐데

 

어느 양반이 내 땅이라고 소리쳤을 테고

곡식을 심어 거둔 백성이

아마도 천 년은 훨씬 넘을 텐데

 

나라가 바뀌고 일뽄새 달라지고

주인이 수백 번 바뀌어도

땅은 그 자리 그곳에 남아 있다

변하지 않는다

 

땅의 주인은 땅이다

 

….

이 지구의 땅이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하는 인간은 땅을 함부로 대하며 소유해왔다. 이 땅 위에서 인간은 나라를 세우고 전쟁을 벌이며 농사를 지어 목숨을 연장해왔다. 목숨을 제공해주는 땅을 제 것으로 가지려는 욕심이 살육의 전쟁을 일으키고 땅을 갈취하는 인간의 역사를 이루었던 것. 하나 위의 시는 선언한다. 이러한 역사의 변화 속에서도 땅은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있다고. “땅의 주인은 땅이”기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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