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향
다리 하나를 잃은 의자가
한 달째 골목길에 서 있다
눈을 맞고
겨울비를 맞으며
지나가는 차들은
사람을 대하듯 조심한다
우두커니 서 있는 불구(不具)
밀양 표충사 처마 아래
이른 봄볕을 쬐던 누런 고양이
다리 하나를 잃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듯
저물도록 기울어져 있다
…
우리는 사물들을 쓰다 버리는 것으로 여긴다. 이러한 태도는 동물, 사람으로까지 확장되곤 한다. 저 다리 하나 잃고 골목길에 버려진 의자가 배제된 자를 상징하는 듯 보이는 것은 이유가 있다. “사람을 대하듯 조심”하며 차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 하여 그 의자는 “다리 하나를 잃”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전이되고, “저물도록 기울어”지는 그 모습은 마치 자신을 맞아줄 사람을 애타게 기다리는 듯이 보인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