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대선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려던 국민의힘 지도부의 단일화 작업이 무산됐다. 지난 10일 전 당원을 대상으로 한 ‘한덕수 후보 변경안’ ARS 조사에서 반대가 많아 부결된 것이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근소한 차이로 후보 재선출 관련 설문이 부결됐다”고 했다. 김 후보는 11일 경선 결과대로 공식 후보 등록을 했다.
당원투표 안건이 부결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우려해온 당원들의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주말부터 당 지도부가 속전속결로 추진한 ‘김 후보 자격 취소-후보 등록 공고- 한 후보 입당 및 당 후보 등록’이 절차적 하자가 크고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당원들 사이에서는 “쌍권(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이 핍박할수록 김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더 올라갈 것”이라는 말이 나왔었다.
후보 교체를 주도했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권성동 원내대표는 자리를 지킨다고 한다. 선거 준비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차기 당권 유지를 의식한 결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 의원 16명이 당원 투표안이 부결된 직후 “권 위원장의 사퇴만으로는 책임을 다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에 깊이 관여해 온 원내지도부의 동반 사퇴를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김문수 후보는 11일 “빅텐트를 세워 반(反)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남은 22일 동안 ‘이재명 대세론’을 뒤집으려면 갈 길이 험난하다. 우선 당 내분을 수습해 단일대오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 급선무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는 김 후보에게 ‘알량한 대선 후보 자리’, ‘한심하다’는 등의 조롱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갈등은 대선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빅텐트’ 구축은 더욱 풀기 힘든 과제다. 앞으로 김 후보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고 대선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