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균수
다만 거친 언어가 빚어낸
어리석은 욕망이겠으나
그대는 아름다움 위에 선 칼날
의미를 향해 목놓아 부는
내 간절한 바람
가난한 순례자의 영혼 쉬어갈
집도 절도
황홀한 기억도 모두 베어져 쓰러지고
정념에 들끓던 추억마저 불타올라
흔적 없이 날려가 버렸으니 기어이
그대 없으니
고통 사라지네
다만 메마른 어두움과 슬픔
황량한 바람 소리 마음에 흘러들어
마냥 깊어지네
…
그대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삶을 고통에 빠뜨린다. 그 바람은 실현될 수 없기에. 하여 “그대는 아름다움 위에 선 칼날”처럼 상처를 주고, “가난한 순례자의 영혼”은 쉴 곳을 잃는다. ‘황홀한 기억’마저도 “모두 베어져 쓰러지고” 추억은 정념으로 불타버리는 것. 그대가 마음에서 없어지면 고통은 사라질 터이나, 그때 남은 것은 깊어지는 “메마른 어두움과 슬픔”과 “마음에 흘러”드는 “황량한 바람소리”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