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오
다섯 평밖에 안 되는 텃밭
이랑이 구불구불한 건
성격이 구불구불한 내가
괭이질해서 생긴 일
고추잠자리가 구불구불하게 날아다니는 건
고추밭 이랑이 구불구불해서 생긴 일
(중략)
어릴 적 고향에서
고추밭 매러 가시던 부모님 따라가서
고추에 앉은 고추잠자리 잡으려던 순간
똑바로 날아가 버리던 건
이랑이 똑발라서 생겼던 일
수백 평 비탈밭
이랑이 길고 길었는데도
이쪽에서 저쪽까지 똑발랐던 건
쟁기질하시던 부모님의 성격이
똑발라서 생겼던 일
…
마음은 노동의 자세를 만들고 그 자세는 노동 산물의 형태를 만든다. 시인은 자신이 괭이질한 텃밭 이랑이 구불구불한 건 자신의 “성격이 구불구불”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런데 이랑이 구불구불하자 고추잠자리도 “구불구불하게 날아다”니게 되었다는 것. 반면 옛적 부모님이 갈았던 이랑은 똑발랐으며, 그래서 고추잠자리도 “똑바로 날아”갔다고. 일하는 자의 마음은 이렇듯 대지와 생명체의 삶을 결정짓는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