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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의 늪’에 깊이 빠져드는 국힘

심충택 기자
등록일 2025-04-22 19:48 게재일 2025-04-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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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 소환되면서 경선 분위기가 예민해지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20여 일이 돼 가지만 여전히 탄핵의 늪에 빠져 적전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후보 대부분이 극성당원들의 표심을 자극해 1차 컷오프에서 살아남겠다는 궁리를 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유권자 눈에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인기투표를 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4강 경선도 이런 식으로 치러지면 누가 본선 후보가 되든 후유증 때문에 당이 단합해서 대선을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우리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국민의힘 경선후보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갤럽이 가장 최근(4월 2주차)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 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 판결에 대해 69%가 ‘잘된 판결’이라고 했다. ‘잘못된 판결’이라고 답한 사람은 25%밖에 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대다수 후보들은 지금 민심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만약 헌재의 탄핵 인용에 비판적인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면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겠는가.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 계엄과 탄핵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면 1년 뒤 지방선거에서도 이기기 힘들다.

최근에는 탄핵 찬반을 둘러싼 내부 총질보다 더 황당한 일들이 당 외부에서 발생하고 있다. ‘윤 어게인(Yoon Again)’ 신당 추진 해프닝과 전광훈 목사 대선출마 선언이다. ‘윤 어게인 신당’은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 속한 김계리·배의철 변호사가 지난 17일 추진한 신당 이름이다. 윤 전 대통령의 만류로 하루 만에 취소되긴 했지만, 지난 토요일 윤 전 대통령이 사저 인근 식당에서 두 변호사와 함께 식사하는 사진이 김계리 변호사 SNS에 공개되며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윤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1호 참모이자 ‘찐윤’이라고 불렸던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조차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윤 전 대통령을 사지로 내모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20일에는 윤 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도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대선출마 명분은 “윤 전 대통령을 자유통일당으로 모셔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제일 반가운 보도”라고 했다. 이게 사분오열된 보수세력의 현주소다.

국민의힘은 이번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맞서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배출해야 한다. 그러려면 경선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대립을 통합해 낼 수 있는 인물이 본선에 진출해야 한다. 본선에선 중도층 민심이 판세를 좌우할 것이라는 사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일찌감치 ‘중도·보수’를 표방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대구경북지역은 서울 다음으로 국민의힘 책임당원이 많은 지역이다. 이 지역 유권자들이 어떤 후보를 선택하느냐가 보수정당 미래를 결정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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