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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장자리는 어디일까(부분)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04-23 19:31 게재일 2025-04-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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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다리를 다쳐 얼마간 전동 휠체어 신세를 졌다

 

(중략)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커피를 마시는 것도 전동 휠체어에 앉아서 했다

 

자판을 가로지르는 두 손,

컵의 온기와 섞여드는 손의 온기,

발의 감각과 페달의 감각이 하나가 되어갔다

 

내 가장자리는 어디일까

 

전동 휠체어와 노트북과 컵의 가장자리까지를

나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피부를 지닌 존재로서

철이나 플라스틱이나 세라믹과 연결된 이 몸을

….

‘나’라고 한정지을 수 있는 ‘가장자리’는 어디까질까. 나와 연동되어 움직이는 사물들도 “나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사물 역시 “피부를 가진 존재”이기에, 사물과 접속할 때 나와 사물의 ‘온기’가 섞여들며 “감각이 하나가 되어”가기 때문이다. 인간과 사물 사이의 경계는 무엇인가. 둘 사이의 경계를 뚜렷이 나눌 수 없다면, 사물은 단순한 이용 대상이 아닌 것이다. 사물은 인간과 섞여드는 나름의 주체이기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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