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다리를 다쳐 얼마간 전동 휠체어 신세를 졌다
(중략)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커피를 마시는 것도 전동 휠체어에 앉아서 했다
자판을 가로지르는 두 손,
컵의 온기와 섞여드는 손의 온기,
발의 감각과 페달의 감각이 하나가 되어갔다
내 가장자리는 어디일까
전동 휠체어와 노트북과 컵의 가장자리까지를
나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피부를 지닌 존재로서
철이나 플라스틱이나 세라믹과 연결된 이 몸을
….
‘나’라고 한정지을 수 있는 ‘가장자리’는 어디까질까. 나와 연동되어 움직이는 사물들도 “나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사물 역시 “피부를 가진 존재”이기에, 사물과 접속할 때 나와 사물의 ‘온기’가 섞여들며 “감각이 하나가 되어”가기 때문이다. 인간과 사물 사이의 경계는 무엇인가. 둘 사이의 경계를 뚜렷이 나눌 수 없다면, 사물은 단순한 이용 대상이 아닌 것이다. 사물은 인간과 섞여드는 나름의 주체이기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