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진
나는 본 적이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길을 잃은 한 쌍의 돼지를
죽은 돼지 곁을 맴도는 돼지를
어찌하여 내가 이곳에 이르렀는가
묻지 않는 돼지를
도망가지 않고
도살자의 발치에서
끝내 죽음을 맞이하는 돼지를
존엄은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덕목일까. 위의 시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저기 돼지들이 길을 잃고 도심 한복판에 있다. 한 마리는 죽어 있고 그 “돼지 곁을 맴도는 돼지”가 또 한 마리 있다. 그 돼지는 자신이 이곳에 왜 있는지 묻지 않고 운명을 받아들인다. 또한 “도망가지 않고” 도살자에 의한 자신의 죽음을 끝내 맞이한다. 죽음을 무릅쓰고 죽은 동료 옆을 지키는 저 돼지가 생의 존엄성을 더욱 드높이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