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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나서며

등록일 2025-04-06 18:22 게재일 2025-04-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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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서

기적 소리 배인 작업복을 벗고

밖으로 나서니 하늘이 갈라졌다

갈라진 하늘의 반은 뒤로 가고 반은

앞으로 갔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걸어갔다

내 안으로 난 길을 따라

내 밖으로 난 길을 따라

그대를 만나러 갔다 거기에서 다시

소란과 기차와 슬픔과

음행을 만나야겠다 언제까지

돌아오지 않으면서, 돌아오고 있는

그대를 만나야겠다 그리하여

용서 없이 사랑해보련다, 할!

시인은 어느 날 하늘이 갈라지는 일을 경험한다. “반은 뒤로 가고 반은/앞으로” 가는 하늘. 물론 이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이어서, 하늘에 난 그 길을 따라 “움직이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것. 시인은 그렇게 갈라진 마음의 안팎으로 난 길을 따라 “그대를 만나러” 간다. 예전에 “소란과 기차와 슬픔과” 운명을 같이 했던, “돌아오지 않으면서”도 언제나 돌아오는 그대를 만나 “용서 없이” 다시 사랑하기 위해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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