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서
기적 소리 배인 작업복을 벗고
밖으로 나서니 하늘이 갈라졌다
갈라진 하늘의 반은 뒤로 가고 반은
앞으로 갔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걸어갔다
내 안으로 난 길을 따라
내 밖으로 난 길을 따라
그대를 만나러 갔다 거기에서 다시
소란과 기차와 슬픔과
음행을 만나야겠다 언제까지
돌아오지 않으면서, 돌아오고 있는
그대를 만나야겠다 그리하여
용서 없이 사랑해보련다, 할!
시인은 어느 날 하늘이 갈라지는 일을 경험한다. “반은 뒤로 가고 반은/앞으로” 가는 하늘. 물론 이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이어서, 하늘에 난 그 길을 따라 “움직이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것. 시인은 그렇게 갈라진 마음의 안팎으로 난 길을 따라 “그대를 만나러” 간다. 예전에 “소란과 기차와 슬픔과” 운명을 같이 했던, “돌아오지 않으면서”도 언제나 돌아오는 그대를 만나 “용서 없이” 다시 사랑하기 위해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