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미
흘러간다 물고기들 사이로
물풀에 찢기며
모래알을 들썩이게 하며
흘러가는 것만을 할 수 있다는 듯이 흘러가다 문득
뿌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끌려 올라가다
막다른 골목을 밀며 나아가고
골목은 자꾸 뾰족해지고 길어지고 갈라지고
고여서 깊어지는 감정 같아서
가라앉고 쓸려 가고 넘쳐흐른다
시냇물 성에 폭포 입김 빙하 바다로 출렁이는 이름들
새벽이면 잎사귀 위에 흔들리는 네가 있다
‘너’를 기억한다. ‘너’의 ‘이름들’을. 이름들을 기억에 떠올릴 때마다 감정이 동반된다. 기억의 흐름은 마음의 흐름과 함께 하는 것, “흘러가는 것만을 할 수 있다는 듯이 흘러”가는 마음은 “물풀에 찢기”면서 “막다른 골목을 밀며” 아프고 어지럽게 나아간다. 그렇게 마음을 채우는 ‘너’의 이름들은 시냇물이라든지 폭포, 바다가 되어 출렁이는데, 결국 ‘너’는 새벽의 ‘잎사귀 위’에 다다라 고요히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