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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나면 속수무책… 문화재 방재 새로운 시스템 필요하다

김진홍기자
등록일 2025-04-02 21:08 게재일 2025-04-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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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 선진국 日 ‘문화유산방재학’ 학문 개척, 마을 안전까지 대책 포함<br/>이상 유무 관찰 ‘센싱·시각화’ 기술 중요… 고찰에는 ‘티타늄 지붕’도
일본 가마쿠라의 하세사(長谷寺) 지붕기와 교체 전후 비교. 오른쪽이 전문기업인 카나메사가 제작한 티타늄기와.  /카나메사 제공
일본 가마쿠라의 하세사(長谷寺) 지붕기와 교체 전후 비교. 오른쪽이 전문기업인 카나메사가 제작한 티타늄기와. /카나메사 제공

경북의 대형 산불로 많은 문화유산이 불길에 사라졌다. 전국의 동시 다발적인 산불로 피해를 입은 국가유산은 국가지정 11건, 시도지정 19건에 이른다.

지역적 범위를 경북으로 좁혀도 의성 고운사를 비롯한 주요 사찰 9곳(의성 3, 영덕 3, 영양 1, 청송 2), 문화재 16개소(안동 7, 청송 9)가 화마의 급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한밤중 긴급 피난작전도 펼쳤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대형 재난에 대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경북의 문화유산들은 대부분 산중이나 산림과 인접해 있고 목조구조물이어서 화재에 가장 취약하다. 앞으로도 산불·산사태 등 자연·사회재난은 더욱 빈발하고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산불로 주택·농업 및 수산시설 등 현역 세대의 재산이 피해를 입었지만, 미래 세대의 재산인 귀중한 문화유산은 한번 잃으면 복구도 불가능해 지금처럼 요행이나 임시방편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보다 산불, 태풍, 지진, 화산폭발, 쓰나미 등 다양한 재난이 빈발하는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문화유산에 대한 재난 예방을 위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일본의 천년고도 교토에 자리한 리스메이칸(立命館) 대학은 1995년 한신(阪神) 대지진을 계기로 ‘역사도시방재연구소’를 설립해 오랜 건축물 등 문화유산에 대한 방재연구를 수행하며 연구결과를 정책에 반영해 선진 사례로 참고할 만 하다.

이 대학의 건축도시디자인학과 요시토미 신타(吉富信太) 교수(역사도시방재연구소장)는 “문화재 등의 방재활동은 일반 방재와는 성격, 방식이 달라 ‘문화유산방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해 문리융합적인 연구체제를 구축하고 문화재의 가치 보존과 건축물, 마을 안전을 포함한 대책을 연구한다”고 말했다.

신타 교수는 중요문화재의 이상 유무를 관찰하기 위한 ‘센싱(센서를 이용해 화상이나 온도, 진동, 소리 등의 정보를 계측하고 정량화하는 기술)’과 ‘시각화(데이터를 시각적인 형식으로 변환)’ 분석기술 등을 활용했다.

그는 문화유산의 분포, 재해리스크 평가, 전통 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 및 방재시스템, 방재디자인 등 방재정책의 연구결과를 행정기관과 협업하며 실현시켜왔다.

일본의 유명 관광지인 가마쿠라시에서는 오래전부터 짚 또는 기와로 덮은 주요 사찰 등의 지붕의 재질을 티타늄제 기와로 교체해 방재효과를 높이고 있다.

문화계의 한 인사는 “매번 사후약방문에서 탈피해 지금이라도 지자체 또는 국가차원의 문화재 보존연구를 활성화해 방재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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