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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재난 발생 1주일 간 사망률 높다” 산불피해 이재민 ‘내적상처’ 집중해야

김진홍 기자
등록일 2025-04-01 19:47 게재일 2025-04-0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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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간사이대 오쿠무라 교수 ‘미래형 방재교육’ 포럼서 발표<br/>다양한 경로로 사망 이르는 8단계 프로세스 공개 질병 11개로 분석<br/>가장 먼저 순환기 질환(돌연사) 꼽아… 전문가 세심한 보살핌 필요

경북 ‘괴물 산불’로 역대 최대 인적·물적 피해를 입었다.

이재민의 ‘외상’치료도 중요하지만 트라우마 등이 사망으로 이어지는 ‘내적상처’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있는 연구결과가 최근 일본에서 나와 주목된다.

일본 간사이(關西)대 오쿠무라 요시히로(奧村與志弘) 교수는 지난해 12월 일본사립대학연맹이 개최한 ‘앞으로의 시대에 대비한 사립대학의 미래형 방재교육을 생각한다’란 주제로 연 포럼에서 ‘과거 주요 재해를 고려한 관련사발생프로세스’라는 연구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연구결과는 경북의 산불 피해 이재민에게도 적용 가능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연구는 과거 지진, 화재 등 대형재난으로 인한 재해관련 사망자의 특징을 사망원인, 생활환경, 재해발생일부터 경과일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장래 재해발생에 따른 사망을 방지할 목적으로 진행됐다.

오쿠무라 교수는 “대형 재난 발생부터 약 1주일 동안 사망 발생률이 매우 높다”면서 다양한 경로로 발생하는 재해관련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 재난발생에서 사망까지의 단계별 프로세스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대형재난발생 이후 사망까지 이르는 질병을 11개로 분석했다. 사망까지 8단계를 거치며, 그 중 가장 먼저 발생하는 질병으로는 전기·가스 중단과 공조정지 등에 의한 순환기계 질환(돌연사)과 열중증을 꼽았다.

경북 이재민과 유사한 경로로는 자택소실→비상약부족→자동차내숙박(또는 열악한 피난생활)→친척집으로 2차피난→신체활동성저하→스트레스→수면부족→변비→고혈압→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 또는 순환기질환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했다.

또 공조시설 정지 이후 차박→새우잠과 추위→수면부족→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우울증에서 출발해 혈전→변비→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 또는 자살로 직행하기도 했다. 수면부족에서 고혈압으로 이어지는 경로에서는 순환기 질환이나 저체온증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오쿠무라 교수는 사망에 이르는 9대 증세(폐렴,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 자살, 감염증, 호흡기질환, 생기계질환, 질식, 순환기질환, 저체온증)를 제시하면서 마지막 증세에 이르기까지 50개의 변수들이 상호작용하는 만큼 단계별, 경로별로 세심한 전문가의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북 이재민들에게는 장기간에 걸친 피난생활을 해소하기 위한 주거대책이 시급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령자들이 아파도 병원진료를 받지 못하고 참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국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내적 상처’를 치료할 대책도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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