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명의자 내세워 인건비·장비대 등 허위서류 작성 수법으로<br/>윗선 상납·외상값 갚고 해외여행도… 항의하자 조직적 괴롭힘
영덕군 산림관리대행사업 업무를 해 온 영덕군산림조합의 간부들이 위탁받은 예산에서 인건비와 장비대 등 1억여 원을 빼돌려 착복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조합 직원 A 씨는 31일 본지에 영덕군산림조합의 지방 보조금 등 공공 재정 자금 횡령 의혹을 폭로했다.
그는 간부들의 강압적 지시에 의해 자신이 관리하는 사업 중에서 허위서류를 작성해 장비대 4800만 원과 인건비 4400만 원 등 9200만 원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A 씨는 증거로 갖고 있던 인부 월별 출력부(2020년 7월~2022년 12월), 춘기 소나무재선충병 공동방제사업(2017년) 지출내역서 등을 제시했다.
그는 횡령한 자금처와 수법도 공개했다.
윗선 상납과 함께 조합장이 달아놓은 외상값을 갚고 나무시장, 마트 등에 비는 돈을 메꾸었는가 하면 일부 간부의 해외여행 및 유흥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했다.
또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조합 간부가 인건비를 허위로 청구할 사람을 구해오라고 한데 이어 급여와 수당이 입금되면 현금으로 찾아올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는 횡령한 돈을 조합 직원들도 손댔다고 전했다. 직원 5명이 윗선에 전달될 자금 일부를 돌려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을 다녀오기도 했다는 것. A씨는 윗선에서 부정을 저질렀기 때문에 내부 직원들이 이런 짓을 해도 알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더 이상 이런 불·탈법에 관여하기 싫어 항의를 하자 조합이 조직적으로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조합 내에 폐쇄회로TV를 설치해 본인을 감시해왔을 뿐만 아니라 업무 배제와 따돌림 등 엄청난 압박과 조롱을 받아왔다고 했다.
A씨는 “물론 내 자신도 책임이 있다. 그 점은 처벌받겠지만 더 이상 조합의 이런 부조리를 눈감고 있을 수 없어 고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조합장과 대의원 간 대립으로 법정 소송을 이어가는 등 이미 피멍이 든 영덕군산림조합은 이번에 내부 직원이 세금 횡령이라는 조합 비리를 폭로하고 나섬에 따라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또 연초에 영덕군산림조합을 특별 감사한 산림청도 조만간 그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여 감사 내용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