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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 진화 핵심 대형헬기 부족, 소방차 들어갈 산길도 없어

이시라 기자
등록일 2025-03-30 19:50 게재일 2025-03-3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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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대응 시스템 대전환 필요<br/>임차 헬기 대부분 중소형 수준<br/>기체 나이도 30년 초과 ‘노후화’<br/>1㏊당 임도 길이 4m 밖에 안돼<br/>독일 10분의 1, 日 3분의 1 수준
28일 오전 경북 영양군 석보면 일대에서 산림청 헬기가 방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경북 영양군 석보면 일대에서 산림청 헬기가 방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북동부권 5개 시·군을 휩쓴 ‘괴물 산불’의 영향으로 역대 최악의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재발 방지를 위한 산불 대응 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4개 시군을 집어삼킨 뒤 149시간 만에 주불진화가 완료됐다. 이번 산불로 26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낳았다.

이번 산불은 봄철 높은 기온과 건조한 날씨, 태풍급 강풍이 겹치면서 확산 속도가 빨라졌고 확산 방향도 예측이 불가능해지면서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산불은 초속 27m 강풍을 타고 역대 최고치인 시간당 8.2㎞ 속도로 이동하며 산림과 마을을 삽시간에 집어삼켰다.

특히 야간에 투입할 장비가 없는 상황에서 불길이 급속도로 번지면서 많은 인명피해를 낳게 했다.

‘초동 진화의 핵심인 헬기의 부족’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대두됐다.

초기에 동원된 시군 임차 헬기 가운데 7대는 담수량이 1000ℓ 미만이었고, 12대는 1~2700ℓ로 중소형 수준이었다.

헬기 노후화도 심각했다. 경북 시군의 임차 헬기 19대 중 13대는 기체 나이가 30년을 초과했으며, 1962년에 제작된 헬기도 1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산불 발생 초반에 2만~3만리터 이상의 물을 쏟아부을 수 있는 수송기 등 선진 대형 장비 도입을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소나무 중심의 숲구조’도 산불 확산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최근 50년간 우리나라는 나무 심기를 통해 민둥산이 사라지는 결실을 봤다. 하지만 산에 촘촘히 들어섰던 건강했던 나무가 50년 세월이 흐르면서 노화되고 낙엽도 층층이 쌓여 갔다. 결국 늙고 메마른 나무와 매우 두껍게 쌓인 낙엽은 어느새 산불 확산의 큰 요인이 됐다.

숲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인 임도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산불 확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0년대 들어 우리나라의 1㏊당 임도 길이는 약 4m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10분의 1 ,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마을 순찰대 역할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지난 22일 의성에서 발화한 경북 산불 대피 과정에 마을 순찰대가 제 역할을 한 의성군에서는 불을 끄다 헬기 추락으로 목숨을 잃은 고 박현우 기장을 제외하고 산불로 인한 직접 사망자는 1명 뿐이었다.

의성군이 재난안전문자 등을 통해 대피 명령을 발령하기 전 의성에서는 마을 순찰대 안내에 따라 이미 주민 2000여명이 대피한 상태였다.

마을 순찰대장은 시·군 안전 부서 및 읍·면·동장과 긴밀하게 산불 상황을 전파하고 신속히 주민을 대피시켰다.

순조롭게 운영됐던 마을 순찰대 제도는 산불이 태풍급 속도로 번지며 한계점을 드러냈다. 산불이 초고속으로 동진하며 영양·영덕군 일대를 덮치자 마을순찰대는 활동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단전과 함께 통신까지 두절되자 주민 등에 상황을 전파할 별다른 방법 조차 없었다. 소규모 가구 수가 밀집한 청송·영양·영덕 마을에서는 순찰대가 정상 가동되지 못했다. /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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