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7일만인 28일 주불을 잡았다. 이번 산불로 경북에서만 사망자 26명과 부상자 33명 등 총 59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피해면적은 서울시 면적에 가까울 만큼 컸다. 중앙재해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경북의 재해면적은 4만5000여 ha, 시설물 피해는 주택 약 3360곳, 농업시설 2110곳이다. 산불 확산으로 대피했다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은 약 6000여 명에 이른다. 산불 피해액은 정확한 조사를 해야 밝혀지겠지만 역대 최대였던 2022년 울진·삼척 산불피해(약 1조3463억 원)보다 훨씬 클 것으로 짐작이 된다고 한다.
한덕수 대통령 대행은 29일 재난대책회의에서 “산불로 피해를 본 분들의 상처가 빨리 치유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산불로 일시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에게는 당장 먹고사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맨몸으로 대피하고 돌아왔지만 집과 농지는 전소되고 마을은 폐허로 변해버렸다. 뭘 먹고 살아야 할지 캄캄해 하는 주민이 한둘이 아니다. 이제 곧 농사철이 시작되나 콤바인괴 트랙터 등 겨울내내 손질해 놓았던 농기계가 몽땅 불에 타버렸다.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임시숙소인 마을회관에 삼삼오오 모여 한숨만 내쉴 뿐이다.
재난으로 희생당한 피해자 가족에 대한 위로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을 보듬는 정부와 지차체의 지원이 절실하다. 부서진 집을 복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농기계 등도 지원해 주민들의 재기를 돕는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번 산불은 때마침 내린 작은 비가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잔불이 남아 방심은 금물이다. 산불 방지에 끝까지 신경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산불을 통해 우리나라 재난방재 시스템에 문제점이 많이 노출됐다. 취약한 방재 체계를 다시 검토하고 장비와 부족한 인력은 더 늘려야 한다. 또 낡은 헬기를 교체하는 등 시스템 개선에 노력해 또다른 재해를 막아야 한다. 이재민의 아픔을 보듬는 국가와 민간 차원의 범시민적 구호활동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