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하시시
그때 뱀이 뱀을 벗고
새로운 생을 구불구불 뒤틀면
풀숲으로 사라져 갔다
(중략)
빛 속으로
뱀처럼, 나는
나를 벗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벗고
영원한 저편으로
사라져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영겁의 둘레에 가라앉아
한 개의 피리가 되는 꿈을 꾸면서, 조용히
똬리를 틀고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혼다 하시시는 한국 시인들과도 친한 일본의 시인. 우리 모두 갑자기 “나를 벗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지 않는가. “뱀이 뱀을 벗”듯이 말이다. 그것은 “새로운 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열망. 시인은 “영원한 저편으로/사라지”는 생을 열망한다. 그는 사라져서 무엇이 되고 싶은가. ‘영겁’ 속에서 “똬리를 틀”면서 “피리가 되”고 싶은 것. 즉 영원히 음악을 연주하는 생이다. 우리는 나를 벗는다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