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 등 영남권 5개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엄청난 피해를 내고 있으나 나흘이 넘도록 진화를 못하고 있다.
건조한 기후와 강한 바람 등으로 불길이 잡히지 않고 산불은 오히려 불씨를 타고 인근 지방으로 옮겨가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25일 오전 현재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 등 5개 지역의 산불 영향구역은 1만4000여 ha다. 그 중 의성군이 8490ha로 가장 넓다. 이번 산불로 15명의 사상자와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재앙에 가까운 산불이 봄철만 되면 반복된다.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5456건이다. 연평균 546건 꼴로 그중 3∼5월 사이 발생하는 산불이 절반을 넘는다.
2022년 3월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에서 발생한 산불은 불을 끄는 데 9일이 소요됐다. 산불 피해면적이 울진 4개 읍면, 삼척 2개 읍면에 이르렀다. 불 탄 면적만 서울시의 40%다. 생각만해도 끔찍한 피해가 매년 반복되는데도 뾰쪽한 대책이 없다.
산불 발생의 원인은 대개 입산자의 사소한 부주의로 밝혀지나 한번 발생한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봄철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으로 불길 잡기가 쉽지 않아서다.
초동 대응과 감시망 강화 등 산림당국이 매번 대책을 내놓지만 산불 발생은 줄지 않고 대형화로 이어진다.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내화력이 있는 수종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을 한다.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40% 가까이가 소나무 중심의 침엽수림이다. 소나무는 휘발성이 있는 송진을 함유해 산불이 나면 불을 급격히 확산시키는 특징이 있다. 불에 탄 소나무 가지와 솔방울은 강한 바람에 날리어 멀리 날아가면서 이곳저곳에 불씨를 옮긴다.
복원사업을 추진할 때 활엽수 같은 수종으로 점차 바꿔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구촌 기후변화로 산불 발생은 세계적으로 더 증가하는 추세다. 불이 나 대처하는 사후대책도 중요하지만 수종변경과 같은 근본 대책을 세우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