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학
한 발만 더 디디면 벼랑인데 바로 저기서 뿌리를 내리는 소나무가 있다 자세히 보면 소나무는 늘 바르르 떨고 있는데, 에멜무지 금방 새로 변해 날아가도 아무도 탓하지 않을 아슬함으로 잔뜩 발돋움한 채 바르르 떨고 있는데, 아직도 훌쩍 날아가지 않고 서 있는 저 나무가 기다린 것은 무어냐
예로부터 시인은 자연 사물의 속성이나 현상에서 인간이 따라야할 드높은 정신이나 의지의 표상을 찾아내곤 했다. 위의 시에 나오는 소나무 역시 그러한 표상. 아슬아슬하게 벼랑에 매달려 있는 소나무. “새로 변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벼랑 끝에 매달려 있지만, 소나무는 마치 이 극한의 지점을 떠나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목숨의 끝에 이르기까지 무엇인가에 대한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듯이.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