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강
옆자리에 개를 데려온 사람들이 있다
한 사람이 개를 안고
다른 사람은 곁에 앉고
둘은 서로 사랑하는 것 같다
사랑하면서 사랑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개를 안고
비를 바라보는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면
개에게 간식을 주고
자기들의 책을 잃겠지
처마 아래서
사람들이 우산을 턴다
사랑하는 이들은 “사랑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며 살 테다.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논하는 이들은 사랑 속에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사랑을 갈구하니까 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것. 비 내리는 풍경을 “개를 안고” 무심히 바라보는 저 커플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랑에 빠져 있어서 무심히 개에게 간식을 주고 각각 책을 읽는 이들의 모습은 미소를 띠게 만들면서도 부러움을 일으킨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