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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연탄 (부분)

등록일 2025-03-18 18:30 게재일 2025-03-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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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

방 보러 다니다가 본

가지런히 쌓인 연탄 위로

흰 눈이 어색하니 내려앉고 있었다

싸늘한 하늘을 뒤집어쓴 골목 어귀

어쩌다 저 깊은 지층은 이 동네까지 올라와 있나

(중략)

아랫목이 사라진 요즘의 방들이지만

연탄이 쌓여 있는 집들은

아직도 따뜻한 아랫목이 있다는 뜻이지

이미 우주에는 별들이 많고

방 한 칸은 몇억 광년 밖에서

깜빡깜빡 식어가고 있다

몇억 년 전의 지층에 신세 지고 있는

달과 가까운 집들이 있다

이제 도시 시내에서 연탄을 보긴 힘들다. 하지만 뒷골목 언덕 달동네에는 문 앞에 놓인 연탄을 볼 수 있다. 연탄을 때야 하는 가난한 이들의 집. 위의 시는 연탄이 깊은 지층에서 올라온 것이며, 이 드러난 지층과 달빛이 만나는 곳이 “달과 가까운 집”인 달동네 집이라며 우리의 시각을 전도한다. “아직도 따뜻한 아랫목이 있”는 그 집들이 한낱 가난한 곳이 아니라 우주와 지하가 만나는 성스러운 장소라는 전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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