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잠시 죽은 척 한다면

등록일 2025-03-16 18:28 게재일 2025-03-17 18면
스크랩버튼
응웬테호앙링(배양수 옮김)

잠시 죽은 척 한다면

깊은 잠보다 편안할 건데

지옥으로 떨어진다면 더 좋겠지

천국에 가면 아무도 못 만날 것이 두렵기에

잠시 죽은 척 한다면

깨어나 사람들이 웃는지 우는지 볼 것이고

나는 웃을 건지 울 건지

귀신이 사람보다 행복할까?

잠시 죽은 척 한다면

작은 삶이 흘러가도록 침묵할 것이다

사람들이 영안실로 몰려온다면

그대로 죽어도 괜찮겠지!

응웬테호앙링은 1982년 생 베트남의 비교적 젊은 시인. 그는 “잠시 죽은 척” 해서라도 “깊은 잠보다 편안”한 상태를 잠시라도 갖기를 원한다. 그러면 자신의 죽음에 사람들이 “웃을 건지 울 건지” 알 수 있다는 것. 그는 지옥으로 가길 원한다. 천국에는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 나아가 ‘~척’이 아니라 “그대로 죽어도 괜찮겠”다는 그의 독백은 현 베트남 젊은이의 고단하고 우울한 심정을 잘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