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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놀이

등록일 2025-03-05 19:29 게재일 2025-03-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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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식

나는 놀이하는 천재를 좋아한다.

나는 천재의 잔머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때론 덜 깨친 천재의 재치를 좋아한다.

절망을 모르는 것처럼 반짝이는 혜안으로 즐긴다.

즐기는 만큼 천재의 놀이는 재미있다.

남에게 선사하기보다 자신에 충실하느니.

목숨을 걸고 놀이를 즐기는 그.

나는 그러한 모습을 너무 좋아한다.

너무 가까이서만 보면 지루할지 몰라

그와의 적당한 거리에 서서 그의 몰두를 본다.

그는 시퍼런 칼날은 숨기면서 여유롭게 흔들리지 않고

그는 오줌 찔끔찔끔 싸면서도 태연자약으로 거기 있고

이처럼 의연한 천재가 있어 세상이 아름답다.

나는 놀이하는 천재를 내 마음에 키우고 있다.

그는 언제든지 내 마음속에서 행복해한다.

나와 천재는 둘이 아닌 것처럼 사느니.

천재란 교육 받아 형성된 것이 아닌, 하늘이 내려주신 재능. 누구나 그런 재능이 있지 않는가. 어떻게 자신 안의 그러한 재능을 알아볼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자질이 있다면, 그것이 ‘천재’ 아니겠는가. 위의 시에서 시인이 좋아하는 ‘천재’는 놀이하는 재능이다. 자신에 충실하며 절망을 모르고 “목숨을 걸고 놀이를 즐기는” 천재. 시인은 그 천재를 마음 안에 키우고 그것과 “둘이 아닌 것처럼” 살아 행복하다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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