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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대응 능력 저하… 기술직 공무원 체계적 교육을

임창희 기자
등록일 2025-03-04 20:12 게재일 2025-03-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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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후 도제 형식 한계 다달아<br/>포항 학산천 복원 사업 난항 등<br/>토목 분야 우려 목소리 더 높아

최근 포항시 기술직 공무원, 특히 토목 분야 직원들의 현장 대응 능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무원 시험에서 일정 과목만 통과하면 합격하는 구조와 임용 후 체계적인 실무 교육이 부족하다 보니 곳곳에서 여러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선되지 않으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 몫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소리가 안팎에서 나온다.

현재 신규 임용된 공무원들은 짧은 신규 직원 교육을 거친 후 일선 부서에 배치되는 것이 통례다. 이후 실무 역량을 키우는 과정은 대부분 배치 부서 선배들로부터 배우는 방식에 의존한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그러나 이 방식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강하다. 도제 형식의 비체계적인 교육으로는 시민 사회의 쏟아지는 다양성을 담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한 분야의 선배로부터 기능 등을 전수받으려면 같이 생활하면서 오랜 기간 배우고 익히는 그런 수업방식이어야 하나 신입 직원은 잦은 부서 이동으로 효과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교육에 나서는 선배 또한 그 능력을 의심케 하는 사례가 잦아 후배들을 실망시키는 경우도 다반사여서 제대로 된 교육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최근 포항시 토목 기술직 공무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심각한 문제도 체계적 교육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

토목 기술직 경우 공사 설계서 작성이나 공사 현장 감독 업무에서 전문성을 발휘해야 하지만 현재 포항시 상당수 토목직은 공사 설계는 아예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시는 어쩔 수 없이 그 대안으로 외부 전문기관에 설계를 맡겨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문제는 설계가 외부 용역으로 납품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담당자가 공사 발주를 해 놓고도 그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다.

이는 자칫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위험을 높인다는 점에서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또 불필요하게 많은 설계용역비와 공사 감리비를 수반토록 해 예산 낭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포항시가 추진 중인 학산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이러한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현장은 공사 기간이 이미 4차례나 연장될 만큼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초기부터 공사 설계와 현장 관리에서 부족한 대응력을 보였다. 현장 실무자들이 설계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 사업 현장에서는 설계 미흡으로 안전사고 위험이 증가했는가 하면 교통량이 많은 십자로 간선도로를 RC 교량에서 PC 교량으로 공법을 변경, 보완 공사에 나서며 혼란을 일으키는 등 지금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의 현장 이해 부실로 인해 결국 공기 연장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시민의 세금이 불필요하게 더 투입되어 낭비됐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관련 전문가들은 토목직 공무원들의 능력과 실력 저하가 이런 문제를 낳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직 공무원의 실무 역량을 높이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신규 공무원들에게 실무에 필요한 실기 전문 교육과 현장 실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주기적인 현장 실습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실무 교육을 통해 공무원들이 외부 용역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설계와 감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A모 토목기술사는 “궁극적으로 공무원들의 현장 대응력 강화는 제대로 된 교육이 선행돼야 가능하다”라면서 “그래야 공사 현장의 안전성을 높이고, 예산 운영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창희 기자 lch860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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