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눈속에서 싹을 틔우는 울릉도 최고의 자생 산나물 '명이' 이름 찾기 사업이 시작됐다.
최근 명이가 육지에서 대량 재배되면서 울릉도 고유 명칭으로 통하는 '명이'의 이름이 무분별하게 사용돼 울릉도 대표 특산품으로서 브랜드 가치를 점차 잃어 가고 있어서다.
울릉군은 26일 울릉군 농업기술센터 회의실에서 남한권 울릉군수와 홍성근 군의원, 최하규 농업기술센터 소장 및 관계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5년 제1회 명이 이름 찾기 자문위원회’를 개최했다.
앞서 울릉군은 학명으로 산마늘인 '울릉명이'의 차별성 확립을 목적으로 생물학 분야 및 기록연구 분야 등 전반에 걸친 조언을 받기 위해 2024년 9월 ‘명이 이름 찾기 자문위원회’를 발족했었다.
'명이'는 울릉도 개척기에 주민들 목숨을 잇게 해줬다고 어원이 생겨났지만 향과 맛이 독특하고 탁월해 수용가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자, 지금은 내륙의 모든 산마늘마저 명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번 자문위원회는 육지 산 산마늘의 명이 표기를 막고, 울릉도산 산마늘만 ‘명이’라는 고유한 이름을 붙이고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얻고자 개최됐다. 이날 참석자들은 "울릉도 어르신들은 그간 명이 앞에 나물이라는 단어도 금기시 해 왔는데 지금 이름을 바꿔야 할 지경까지 왔다"며 안타까워 했다.
회의에서 최혁재 창원대 교수는 2019년 한국한의학연구원 양성규 박사, 국립수목원 양종철 박사, 러시아의 니콜라이 프리센 박사와 함께 공동연구팀을 꾸려 약 10여 종의 전 세계 및 국내 타지에서 자생하는 산마늘을 조사했던 사실을 밝혔다.
그는 조사 결과, '명이'는 울릉도가 생성된 직후인 약 157만 년 전부터 울릉도에 자생하기 시작한 고유종으로, 'Allium ulleungense'라는 학명으로 학계에 신종으로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산마늘의 원종은 한반도 내륙에서 사라졌지만, 울릉도에서는 현재까지 보전되고 있어 식물의 생태지리학에서도 매우 가치 있는 식물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김윤배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은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일조량이 가장 적은 지역인 관계로 대명이 콩가루무침, 명이 밥, 명이범벅 등 타 지역과 차별되는 명이 활용 음식문화가 많았다"면서 지리적, 사회적 측면에서 울릉도 명이의 고유한 정체성을 역설했다.
김 대장은 1900년에 대한제국 내부관리 우용정이 울릉도를 시찰하고 저술한 ‘울도기’에서 흉년에 굶주림을 면할 식물로 명이가 기술돼 있음도 소개하고 겨울과 봄 식량구하기 어려웠던 시절 울릉도에서는 명이가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귀한 식물이었다고 강조했다.
울릉도 독도 식물도감의 저자인 김태원 숲 해설사는 최근 신종으로 밝혀진 울릉도산마늘을 비롯해 울릉도, 독도에 서식하는 약 40여 종의 특산식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자문위원회는 앞으로 명이 어원에 대한 후속 연구 및 민관합동의 울릉도의 명이 생태 서식 연구, 울릉도 명이 분포도 제작과 명이와 산마늘을 함께 소개하는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표기 정정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울릉산마늘을 명이로 국명 정정 요청 등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울릉도의 명이의 역사성과 객관성은 차고 넘친다"면서 울릉도 명이 음식들은 국제슬로푸드생물다양성재단으로부터 맛의 방주로 선정될 만큼 내륙의 산마늘과 차별되고 확연히 구별된다”고 말했다.
남 군수는 “앞으로 민관이 적극 협력, 내륙의 산마늘을 명이로 부르는 오류를 정정하고 울릉도의 고유한 명이 문화를 지켜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