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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토막

등록일 2025-02-20 19:48 게재일 2025-02-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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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옥

모든 삶을 생각하니 그 끝에 죽음이 버텨

그 끝의 죽음을 생각하니 모든 삶이 버텨

메아리다 이쪽에서 부르면 저쪽에 꽃혀

죽음을 캐내려면 삶을 이리저리 들춰내야

삶을 캐내려면 죽음을 이리저리 들춰내야

죽음과 삶을 각자 떼어놓으니 반 토막이다

내가 내린 상상력이 반 토막이라 생각하니

삶의 그 모든 것이 갑자기 시들시들하다

죽음과 삶을 같은 줄기로 가지런히 세우니

모든 게 살 갖추어진 줄기다 부족함이 없다

삶의 끝에는 죽음이 있다. 죽음 아래 “모든 삶이 버”티고 있다. 우리는 이 평범한 사실을 잊고 산다. 시에 따르면, 이는 반 토막의 상상력으로 사는 것이다. 삶을 부르면 죽음이 대답하고 죽음을 부르면 삶이 대답한다. 메아리다. 죽음이 있어 삶은 ‘시들시들’함을 멈춘다. “죽음을 이리저리 들춰내야” 삶은 자신의 진실을 드러낸다. 삶과 죽음이 같은 줄기에 있음을 인식할 때, 존재의 살이 부족함 없이 드러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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