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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5-02-19 19:24 게재일 2025-02-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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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밤이 되자 먼 곳이 더 훤히 건너다보이는데도

그 어떤 말조차 건너가지 못하고

어떤 다른 말이 되어

되돌아올 수도 없는 것이어서

그게 두려워서 밤이라서

뱀은 운다

한껏 목을 추어올릴 뿐

자기가 뱀이라는 것을 거듭 확인하고서야

그제야 우는 것을 멈춘다

할 말을 잊은 듯 귀만 남아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그런 말이 있어도

안으로만 소용돌이치는

젖은 귀만 대신 남게 되어서 그래서

한갓 진흙덩이로 되돌아왔을 뿐이라고 생각하자

힘없이 울어 댄다

울다 보면 자기를 잊게 될지도 모른다고

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뒤집는 시. 이 시에서 뱀은 말을 건넬 수 없는 슬픈 짐승이다. “먼 곳이 더 훤히 건너다보이”지만 뱀의 말은 타인에게 건너가지 못한다. 뱀은 이 슬픔을 표현할 수도 없다. 울려고 해도 온몸이 목울대인 뱀은 “목을 추어올릴 뿐”일 수밖에 없기에. 하여 뱀에게 ‘할 말’은 “안으로만 소용돌이치”고 “젖은 귀만 대신 남”는다. “자기를 잊게”되기를 바라며 속으로만 “힘없이 울어”댈 뿐인 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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