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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게

등록일 2025-02-17 19:38 게재일 2025-02-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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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자

한 번씩 일렁이는 집

묵묵했던 바닥에 의심이 묻어난다

각박한 모서리마다 둥글게 닳고 닳아

빠져나갈 수 없는 층과 층 사이

안락함과 두려움의 두터운 벽 사이

두 눈 질끈 감고 침묵 중인 건 아닌지

오래전 속 깊이 생긴 실금

어긋나지 않게 다독이는 건

그 틈으로 빛바랜 해가 지기 때문인지

어깨 짓누르는 세간살이

젖은 짐으로 낡아 가는

바닥에게 묻고 싶다

삶에 안정을 얻고, 벽에 둘러싸인 집안에서의 생활을 자연스레 받아들게 되었을 때, 과연 ‘지금 이 삶이 내가 추구하던 삶이었던가?’라는 질문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위의 시도 그런 질문을 던진다. 현재 생활 아래 있는 바닥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을. “안락함과 두려움”으로 인해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든 “층과 층 사이”의 ‘두터운 벽’이, 지금껏 견지해왔던 삶의 바닥에 실금을 내고 있지 않는지 의심하면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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