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리기 노리코 (조영렬 옮김)
올해도 살아서
벚꽃을 보고 있습니다
사람은 평생
몇 번쯤 벚꽃을 보는 걸까요
철 드는 게 열 살쯤이라면
아무리 많이 잡아도 일흔 번쯤
서른 번, 마흔 번인 사람도 흔하니
얼마나 적게 보는 것일까
훨씬 더 많이 본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조상의 시각도
섞이고 겹쳐서 흐릿해진 탓이겠지요
요염하다 해도 아리땁다 해도 섬뜩하다
해도
포착하기 어려운 꽃 색깔
꽃보리 아래를, 슬슬 걸어가면
일순
고승처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죽음이야말로 보통 상태
일본 시인 노리코가 노년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쓴 시. 매년 피고 지는 벚꽃을 본다는 일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일. 시인은 계속 살아 벚꽃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계속 보다보면 “훨씬 더 많이 본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인데, 그것은 조상의 시각이 자신의 눈에 겹쳐지기 때문이라는 것. “포착하기 어려운 꽃 색깔”을 가진 벚꽃은 삶 속의 죽음을 드러내기에 그렇다. 죽음이야말로 ‘보통 상태’라는 것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