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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

등록일 2025-02-09 18:34 게재일 2025-02-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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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떠남과 머묾이 한자리인

강물을 보며,

무언가를 따지고

누군가를 미워했다

모든 것이 나에게 나쁜 생각인 줄

모르고서

흘러도 답답히 흐르지 않는

강을 보면서,

누군가를 따지고

무언가를 미워했다

그곳에서는 아무것도 상하지 않고

오직 나만 피 흘리는 중이란 걸

모르고서

그리고 그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 줄도 까맣게 모르고서

사실, 저 강물이 암시하듯이 누군가를 떠나고 누군가에게 머무는 것이 삶의 과정이다. 이 과정은 평화롭지 않다. 시에 따르면 “무언가를 따지고/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고생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 고생 속을 헤매는 삶은 흘러도 흐르지 않는 것 같고, 이 따짐과 미움이 결국 자기만을 상하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나 그것이 “아무것도 상하지 않”았다는 면에서 정말 다행이라고 시인은 한 번 더 생각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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