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혜경
거대한 유리천장입니다.
사람들이 눈송이로 내려 유리 위에 소복소복 쌓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내려도 방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저 안은 저렇게 따뜻한데, 몸을 녹여 물로 수증기로 되돌아갈 수 있는데.
다른 길을 찾아보자 라고 말하며 구름 위의 물방울들은 동요합니다.
그러다 한 물방울이 뛰어내립니다.
어쨌든 우린 함께 있잖아. 난 저기로 갈래.
결심한 나도 뜁니다.
아득한 추락의 느낌, 단단한 물의 분자가 눈으로 바뀌는 팽창의 순간을 지나고….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그리고 느낍니다.
두껍고 거대한 유리천장에 잔금이 가는 소리.
아래로부터가 아니라 위로부터 무너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위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어떻게 해방에 도달할 수 있을까. 위의 시는 해방은 광장을 거쳐야 함을 말해준다. “우린 함께 있”다는 각성과 더불어, ‘유리천장’ 때문에 도저히 따듯한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여겨졌던 마음을 바꾸고, 그 유리천장 위로 함께 뛰어내리는 것. 그때 물방울은 눈으로 팽창하며 유리천장을 무너뜨리고 해방의 삶으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것. 광장은 이 해방을 향한 ‘함께 함’의 상징적 공간이라 하겠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