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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어느날

등록일 2025-02-05 18:25 게재일 2025-02-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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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일

황혼이 길을 잘못 찾아들어

항구의 저녁이 유난히 아름다웠다고 하자

주머니에 손을 찌른

사람들의 눈이 붉었던 것은

드럼통에 지핀 불이 메웠기 때문이라 하자

왜 아늑한 것들은 멀리서 반짝이는지

어떤 저녁에는 코에 익은 비랜내도

오래된 노래처럼 서러워지는 거라고 하자

보이던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은

새들이 좁쌀 같은 온기를 물고

날아갔기 때문이라 하자

삶의 황혼에 들어서기 시작하는 이는 황혼이 깔리는 늦가을 날 하늘을 보면 유독 쓸쓸함을 느낄 테다. 하지만 사라지는 것 앞에서는 슬픔과 동시에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위의 시가 우리에게 보여주듯이. 이제 삶을 뒤돌아보게 되는 나이엔 “아늑한 것들”이 “멀리서 반짝이고”, “보이던 사람이 보이지 않”아 모든 감각들이 “오래된 노래처럼 서러워”진다. 하나 이때가 가장 삶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는 나이인 것.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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