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다오(배도임 옮김)
나는 맞은편 기슭으로 가련다
강물이 하늘의 색깔을 고쳐 쓴다
나도 고쳐 쓴다
나는 움직인다
나의 그림자가 기슭에 물든다
번개에 타버린 나무같이
나는 맞은편 기슭으로 가련다
맞은편 기슭의 숲 속에서
고독한 산비둘기 한 마리 푸드득 놀라서
내게로 날아온다
세계를 유랑하는 중국의 저항 시인 베이다오의 시로, 시인의 다짐이 잘 드러나 있다. 그에게 저항이란 “맞은편 기슭으로 가”는 일, 그곳은 “강물이 하늘의 색깔을 고쳐” 쓰기에 “나도 고쳐” 쓸 수 있어서다. “번개에 타버린 나무같이” 된 자신의 그림자가 물들 수 있는 곳. 번개란 진실을 말함일까. 여하튼 기슭에서의 삶은 고독을 사는 일이나, 그곳에서 고독한 ‘산비둘기’가 시인에게 날아와 동지가 되어주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