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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1

등록일 2025-01-22 19:00 게재일 2025-01-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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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무령

살아 있는 동안 말할 줄 알았던 자

묵언

한 발짝 한 발짝

길을 잃고 길을 가는

벚꽃 터지는 정적

실바람처럼 가랑이를 빠져나가는

마곡사 계곡 길

종잡을 수 없는

청명(淸明),

떠날 때 잠깐 주인이었던 이유

여행 가방에서 살짝 삐쳐 나온 셔츠 끝에서

나풀댄다

간명한 표현으로 인생의 깊은 의미를 길어올렸던 김종삼 시인. 장무령 시인은 그로부터 ‘묵언’으로 “살아 있는 동안 말할 줄 알았던 자”를 읽는다. 시에 따르면, 이 묵언의 말은, “마곡사 계곡 길”에서 시인이 만났던 “길을 잃고 길을 가는” 정적과 같다. “종잡을 수 없”지만 ‘청명’한 바람 같은 말. 이 청명한 말이 가방 위로 삐쳐 나온 셔츠를 나풀대게 할 때, 삶은 잠깐이나마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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