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정
발바닥이 간지러운 삼월이야
벌써 세 번째 밤을 질러 장례식장을 들렀지
까치발로 담 너머를 훔치듯
뒤뚱대던 풍등이 날아오르듯이
구멍 하나 남기지 않고 하늘을 끌고 사라지듯
축하드립니다 봄!
입김이 얼음 알갱이로 바뀌는 문 뒤로
조심스레 봉투를 전하고
국밥 그릇 속 고깃점으로 망자를 맛보다 돌아오지
봄밤은, 딱히 헤드라이트가 필요 없을 만큼
산수유 개나리도 조등을 내걸어
사나흘은 배웅을 나서는 때
겨울이 가고 도래한 삼월의 초봄. 하나 기쁜 날일수록 슬픈 일이 겹친다. 이 아름다운 봄밤에 시인은 세 번씩이나 장례식장을 들르고, 국밥을 먹으며 “망자를 맛보다 돌아”온다. 망자와의 인연과 그의 삶에 대한 기억을 되씹어보는 것이리라. 삶의 풍등은 “하늘을 끌고 사라지”고, 봄을 알리는 “산수유 개나리”는 조등을 내걸어 밤을 밝힌다. 봄날과 죽음의 풍경을 대조하며 삶의 아이러니를 씁쓸히 조명하는 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