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화
꽃차와 뿌리차의 차이에 대하여 생각한다
뿌리는 제 뿔로 어둠을 부러뜨리며 나아갔을 것이므로 그도 땅 속의 꽃에 다름 아니다
꽃차를 마실 때 나의 표정이 우아하여 보이기를 꿈꾸지 않는다
도라지차를 마실 때 땅속에서 핀 힘겨운 꽃잎과 지상에서 만나야 했던 보랏빛 연민들도 함께 마셨다
별처럼 하얀 꽃잎일 때도 있었다
꽃잎의 가녀린 아름다움. 그것은 숱한 어려움 속에서 생명을 밀어 올리며 나타난 고투의 결과다. 도라지 뿌리는 꽃과는 반대 방향으로, 지하의 어둠 속으로 “제 뿔로” 파고 들어간 고투의 결과로 형성된 것. 하여 이 뿌리 역시 아름답다 할 수 있지 않는가. 지하를 비추는 “별처럼 하얀 꽃잎”처럼. 그 아름다움은 꽃차를 마실 때와는 달리 쓴 맛이 돌기도 하겠지만, 그 맛이야말로 삶의 깊이를 담아 그윽하지 않는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