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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에 나무를 심으면 (부분)

등록일 2025-01-16 19:08 게재일 2025-01-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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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끝도 없이 적막한 수평선

그 적막 모서리마다 나무를 심고 싶어

둥둥 떠다니는 수중 나무를

걸릴 것이 없이 떠다니다

길 잃은 배를 인도하는 바다 나무를

풍랑에 뒤집힌 뱃조각에 매달린 어부들

허리 감아올리는 나무를

물 없는 사막에도 나무를 심는데

지천으로 뻗은 수평선에 나무를 심으면

등대 없이도 항해의 길, 순탄하겠지

(하략)

수평선에 나무를 심는다는 발상이 재밌다. 수평선 위의 나무는 어떤 역할을 할까. 사막에 심은 나무는 생명이 열리는 장소를 만들어내기 시작할 테지만, 수평선 위의 나무는 이와는 다른 역할을 한다. 난파된 배를 인도하고 뱃조각에 매달린 어부들을 끌어올리는 역할. 그러니까 파괴된 삶을 구원해주는 역할. 나아가 항해의 길을 밝혀주는 등대 역할도 할 것이다. 우리 삶의 바다에도 이런 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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