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하이네
어디가 피곤한 나그네의
마지막 거처가 될까
남국의 야자나무 그늘일까
라인 강변의 보리수나무 밑일까
나는 낯설은 사람의 손으로
묻히는 것은 아닐까 사막 같은 데에
아니면 해변의 모래 속에서
잠드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좋다 그 곳이 어디건
하늘이 나를 에워싸고 밤에는
별이 등불을 켜고
내 위를 비출 것이다.
독일의 19세기 낭만주의 시인 하이네의 시. 혁명 시인 김남주가 감옥 안에 있을 때 옮겼다. ‘인생은 나그넷길’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삶은 나그네처럼 정처 없이 흘러간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시인은 이 나그네로서의 삶이 안락하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안다. 하나 삶의 의미는 안락한 끝에 있지 않다. “그 곳이 어디건” “내 위를 비출” 별처럼 빛나는 이상을 따라 나가는 삶이야말로 시인에겐 가치 있는 삶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