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모 레오파르디<br/>(김효신 옮김)
내게 언제나 정답던 이 호젓한 언덕,
이 울타리, 지평선 아스라이
시야를 가로막아 주네.
저 너머 끝없는 공간, 초인적인
침묵과 깊디깊은 정적을
앉아 상상하노라면, 어느새
마음은 두려움에서 멀어져 있네. 이 초목들
사이로 바람 소리 귓전을 두드리면, 문득 난
무한한 고요를 이 소리에
견주어 보네. 이윽고 내 뇌리를 스치는 영원함,
스러져 버린 계절들, 또 나를 맞아
숨 쉬는 계절, 이 소리, 그리하여
이 무한 속에 나의 상념은 빠져드네.
이 바다에선 조난당해도 내겐 기꺼우리.
19세기 초에 활동한 이탈리아 낭만주의 시인 레오파르디. 그는 이탈리아 국민 시인으로 칭송받는다고. 위의 시는 그의 낭만주의를 잘 보여준다. 눈앞엔 울타리가 시야를 가로막지만, 시인의 눈은 그 너머 “끝없는 공간”을 상상한다. “무한한 고요” 속에서 영원함을 느끼며 자신을 둘러싼 계절이 숨 쉬고 있음을 인지한다. 이 상상의 세계는 무한한 바다와 같은데, 시인은 기꺼이 이 바다에서 조난당하기를 선택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