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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틀렸을까?

등록일 2025-01-12 19:12 게재일 2025-01-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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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작가
유영희 작가

지난 토요일 아침 대학 동창 단톡방에 한 친구가 나와 뜻이 다른 정치 견해를 올렸기에 발끈하여 한마디 했다. 지금 사태는 네가 지지하는 당에 100% 책임이 있다고, 우리는 서로 설득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단톡방에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요즘 정국 대치 상황과 맞물려 있다.

여당과 야당이 서로 상대를 제2의 내란 주범이라고 주장하며 정국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12·3 비상계엄은 위헌이고 내란이라 하고 한쪽에서는 탄핵을 이재명 방탄용이라 하며 맞받아친다. 같은 사실을 두고 이렇게 생각이 다르고 감정이 다를 수 있는지 매일 놀라는 중이다.

분명히 고대 중국의 사상가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했고, 그의 사상은 2300년이 지난 한국의 윤리 교과서에 빠지지 않는, 인간에 대한 통찰력 있는 견해로 자리매김해왔다. 인간이라면, 아기가 우물 쪽으로 기어가면 깜짝 놀라 구하러 가는 측은지심을 비롯해서 자기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 남에게 양보하는 사양지심, 옳고 그름은 직관적으로 판별할 수 있다는 시비지심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맹자의 이 논리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이타적이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력이 있으며 공공의 이익에 대한 감수성이 있다.

그러나 연일 쏟아지는 뉴스를 보면, 많이 배운 정치인들의 행동에 과연 이런 사단의 마음이 있는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일부 정치인들은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하고도 사과는커녕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공공의 이익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근시안적인 당리당략에 몰두하며 당당하게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런 뉴스를 보고 있자면 아무리 맹자가 위대한 사상가라고 해도 당신은 틀렸다라는 말을 참기 어렵다. 인간은 악하다 못해 사악한 존재인 것만 같다.

이런 상황에서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을 보자니, 답답한 가슴이 조금은 풀리는 듯하다. 로버트 그린은 기본적으로 인간은 동물이라면서, 나와 생각이 같은 집단을 찾아 내 편의 의견만 증폭시키며 나와 다른 사람을 악마화한다고 일갈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진실을 찾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나의 긴장을 이완시켜주거나 자존심을 세워주거나 우월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만 고집한다. ‘사고 과정의 쾌락 원칙’은 우리가 가진 모든 정신적 편향의 근원이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면 인간의 본성은 선하거나 악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중층적이고 다면적이다. 로버트 그린도 인간은 한 가지 본성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면서 동시에 증오할 수 있고, 존경심과 시기심을 동시에 느낄 수도 있다고 한다. 인간이 동물에서 인간으로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는 이런 모순된 감정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이 한 것은 모두 옳고 상대는 악마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동물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단톡방에서 내 말을 들은 그 동창은 말을 안 하면 외골수가 될까 봐 올렸다고 한다. 아, 이런, 나도 인간이 덜 되었구나 싶었다. 지금은 동물이어도 인간이 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맹자는 반은 틀렸지만 반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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