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애
(전략)
내장이 캄캄하도록 시커먼 블랙커피를 마신 날
잠은 오지 않고 늦가을 기러기들이 물어다놓은
별들이 밤새처럼 지저귀는 가지 위에서
바람의 육질로 슬슬 갈아낸 검은 먹지에
이가 시린 하얀 송곳 글씨로
한 점 의혹 없이 전모를 드러낸 별자리
살얼음 잡힌 김칫독 싱건지국물 같이
짱짱한 섣달 무명 다듬잇돌 같이 차디찬
별을 품고 누웠는데
밤새는 밤새도록 새빨간 간(肝)만 쏙쏙
빼 먹었다 곶감처럼
늦가을 새까만 밤하늘. 시인이 마시는 블랙커피의 색깔과 같다. 시인은 지금 가을 밤하늘을 마시고 있는 것. 마음이 어둡다. 하나 바람의 육질로 슬슬 갈아낸 먹지” 같은 가을밤 하늘엔 “하얀 송곳 글씨” 같은 별들을 “기러기들이 물어다놓”고, 시인의 마음은 그 차디찬 별들을 품는다. 그러자 별들은 밤새처럼 지저귀며 시인의 “새빨간 간”을 곶감 빼먹듯 쏙쏙 밤새도록 빼 먹고, 시인의 마음은 더욱 아픈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