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아
병원에 다녀왔다
명절 지나 입원한 지인의
몸살감기 속을 다녀왔다
공업사에 다녀왔다
계절이 바뀌고 기온이 달라지니
20년 된 애마가 고장 났다
고달픔 속을 다녀왔다
아침에 거울을 보니
얼굴에 세월이 묻어 있다
주름이 하나 더 보인다
어느 속을 다녀와야 될까
사람도 자동차도
거울도
지금 환절기를 앓는 중
얼굴에 묻어 있는 세월과 함께 늘어난 주름을 확인하는 시기. 감기몸살을 앓는 시기. 몸과 마음이 고장 나는 시기. 이 “타고 넘는” 시기가 지나면 다시 평온하고 건강한 삶이 올까. 하나 계절은 영원히 순환하지만, 슬프게도 삶은 순환하면서 끝을 향해 나간다. 주름은 다시 펴지지 않으며 낡은 ‘애마’는 고쳐도 새로워지진 않는다. 하지만 시인은 비관에 빠지지 않는다. 애써 이 시기를 ‘환절기’라고 지칭하면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