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철
만남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려면
동해안 방파제도 좋지만
해안선 절벽을 따라 기찻길을 걸어볼 일이다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바다에 바짝 붙은
레일 위를 하염없이 걷다가
아래가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잠시 앉아
기슭에 와 닿는 부딪힘이 얼마나 무량한지
그렇게 땅이 잉태한 생명 얼마나 꿈틀거리는지
물보라 피어오르는 언덕의
허리 뒤트는 소나무와
우루루 몰려오는 바다를 맞아볼 일이다
동해안을 달리는 기차에서 바다의 풍경을 보곤 했지만, 이때 바다를 만났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시인은 그 기찻길을 걸어보며 아래의 바다를 근거리에서 볼 것을 제안한다. 바다가 “우루루 몰려오는” 것을. 그러면 “기슭에 와 부딪”치는 바다의 ‘무량함’을 느낄 수 있으며, “땅이 잉태한 생명”-바다-의 꿈틀거림을 느낄 수 있다는 것. 힘들고 지치는 삶이 계속되는 사람이라면, 시인의 제안을 실천해볼 만하겠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