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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의 공연장 대관취소 후유증

등록일 2025-01-05 19:41 게재일 2025-01-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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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경북부

정치적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뚜렷하게 밝혀온 가수 이승환의 구미 공연 취소를 놓고 구미시가 몸살을 앓고 있다.

5일 구미시청 입구에는 김장호 구미시장의 공연장 대관 취소를 환영하고 지지하는 화환 150여개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화환말고도 구미시는 김시장의 대관 취소 결단을 칭찬하는 시민 단체의 화환띠들만 따로 선별해 나무들 사이 전시해 놓고 있다.

이들 화환에는 “김장호 시장님, 보수의 성지 구미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장님의 결단을 응원합니다” 등의 환영 지지일색의 메시지가 실려 시청 입구를 오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같은 전시행위에는 김시장의 공연장 대관 취소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응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여러 여론층에 홍보하고 과시하려는 구미시의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반면 구미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구미시의 공연장 대관 취소를 반대하는 비난 글이 쇄도하고 있다. 공연취소가 처음 알려진 지난해 12월23일 하루동안 시 홈페이지에는 평소 게시물의 150여배에 달하는 800여개의 의견이 실렸다. 이중 80~90% 이상이 김 시장의 대관 취소를 비난하는 글들이다.

‘문화를 정치로 선동하는 구미시장’, ‘예술의 자유도 보장없는 문화 무덤도시’ 등이 실린 게시판에는 가수 이승환의 팬들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는 일반 시민들의 글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5일까지 구미시 홈페이지에는 대관 취소에 대한 1500여개의 찬반양론 의견글이 실려 시민들간 극단적 양면 대결과 분열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김 시장은 공연장 대관 취소 결정에 대해 “정치적 배경이 아니라 공연을 반대한 보수단체 회원들과 가수 이승환 팬들간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문제 때문”이란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공연장 대관 취소에 대한 반향은 김시장의 당초 의도와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시국으로 보수 진보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김 시장의 대관 취소 결단이 그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즉 보수색이 우세한 구미에서 공연장 대관 취소 결정이 김 시장에게는 정치적으로 손해볼게 없다는 계산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가수 이승환은 김 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로 한데 이어 지난해 12월 29일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도록 요구한 서약서 요청이 표현의 자유를 막는 위헌임을 확인하는 헌법소원을 준비중이다.

또 가수 이승환 측이 요구한 손해배상소송 청구금액은 이승환 가수측 1억원과 공연 예매자 1인당 50만원 등 수 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손해배상소송이 가수 이승환 측에 다소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소송을 마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김 시장의 공연장 대관 취소 결정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구미시의 행정은 물론 김시장의 정치적 행보에도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ryus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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