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
중심은 늘 먼 데 있었네
나는 변방의 자식
태생과 부모를 원망하고 형제를 배척했네
주변을 경계하며 외로 존재했네 그럴수록 나는
더 변방, 변방의 변방으로 밀려났네
빈방의 어둠 속에서 탄식만을 읊었네
살면서 오래
중심을 기웃대며 넘보기도 하고
밤잠 설치며 코피를 쏟기도 했지만
다행히 나는 실패했네
중심은 닿을 수도 머물 수도 없는
가없는 높이 같아서,
한때 중심의 신도였으나 이제
변방의 기수로 자처하네
먼 하늘 해설피 열리는 풍경과
새들의 합창이 경쾌한 소음이 되는 눈부신 변방
어쩔 수 없는 변방의 자식이었네
태생 때문에라도 중심에서 밀려나 변방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중심으로 들어가고 싶은 그들의 욕망이 삶을 더 불행하게 만든다. 중심에 있는 자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내줄 생각이 없기에. 변방에서 살아온 시인 역시 중심에 들어가는 데 실패했지만, 그는 그 실패가 다행이었음을 깨닫는다. 변방에서의 삶을 긍정하면, 저 먼 하늘 풍경과 새들의 경쾌한 합창을 즐기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