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옥
욕설 한번 되게
먹여 주리라 벼르던 사람이
초인종 누르고 현관문을 연다
들어서는 순간 결심을 놓쳐 버리고
‘어서 와’라며 조금 반겨 버리고 말았다가빠지던 숨을 고르다가
마침 씻고 있던 딸기 한 알
그 입안에 넣어 주고 말았다
나도 모르는 비겁한 순발력이었다
함부로 웃음을 내놓진 않았지만
제대로 역정을 내놓지도 못했다
마친 딸기를 씻던 중이어서.
아마 욕설을 퍼부으려고 한 대상은 시인의 남편 아닐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인은 그에게 단단히 화가 났다. 하지만 집에 들어온 그에게 욕은 하지 못하고 씻고 있던 딸기 한 알을 그이의 “입안에 넣어 주고 말았다”고.‘딸기는 힘이 세다’라고 할까. 신선한 과일을 씻는 행위와 욕설은 어울릴 수 없는 일, 게다가 딸기는 남에게 먹이고 싶을 만큼 맛있지 않는가. 화를 누르고 기쁨을 나누게 하는 딸기의 힘!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