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이 한겨울에 우리 다시 만나니
슬프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여
눈물과 미소로 너를 바라본다
용기 내줘서 고마워
살아있는 네가 눈부셔
우린 꼭 이겨낼 거야
저들에겐 총이
우리에겐 빛이
(중략)
저들에겐 탐욕이 우리에겐 영혼이
저들에겐 총칼이 우리에겐 사랑이
저들에겐 파멸이 우리에겐 희망이
우리 인생의 ‘별의 시간’에
다치지 말고 지치지 말고
빛으로 모이자, 될 때까지 모이자
44년 만에 갑자기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총을 든 군인이 민의 기관인 국회를 침탈했다. 이후 열린 여의도 탄핵 집회에서 이 시를 처음 접했다. “저들에겐 총이”라는 말이 비유가 아닌 현실이 되었음이 지금도 가슴을 아프게 친다. 하나 탐욕을 위해 국민에게 겨눠진 그 ‘총칼’을, ‘우리’가 사랑과 희망으로 “빛으로 모”일 때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시인의 전언 역시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