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륭
눈사람에게서 눈을 뺏어왔다
내 안에 있는 아홉 살 아이를 꼬드겨서 한 일이었다
마음은 그러라고 神이 내게 넣어준 것이었다
눈을 빼앗기고 사람이 된 눈사람이 집까지 쫓아왔다
같이 살자고 했다
‘눈사람’은 누구일까? 그 ‘눈’은 雪의 의미만 아니라 目의 의미도 있겠다. 후자의 의미에서는 화자가 뺏어온 ‘눈’은 눈사람의 영혼이라고 할 테다. 그 영혼을 화자는 뺏어온 것인데, 그것은 화자 속에 있는 “아홉 살 아이”가 “꼬드겨서” 가능했다고. 그 아이는 신이 주신 순수함의 능력일 터, 누구에게나 신이 마음에 불어넣어준 ‘아이’가 있겠다. 눈사람은 그 아이를 따라 화자를 쫓아와 “같이 살자고” 한다. 사랑이다. <문학평론가>